사화집에서 읽은 시

돌아가는 길/ 문정희

검지 정숙자 2023. 8. 27. 01:25

<2004, 제16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돌아가는 길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전문(p.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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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문정희/ 전남 보성 출생, 1969년『월간문학』 신인상 당, 시집『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나는 문이다』『다산의 처녀』『응』, 시선집『지금 장미를 따라』외, 장시집과 시극 산문집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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