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백학봉(白鶴峰) ·1/ 김지하

검지 정숙자 2023. 8. 23. 22:20

<2002,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白鶴峰 · 1

 

    김지하(1941-2022, 81세)

 

 

  멀리서 보는

  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 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감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 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전문(p. 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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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김지하/ 전남 목포 출생,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등 5편을 발표하며 직품 활동 시작,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오적』『시삼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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