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산중 어부 일기/ 김충래

검지 정숙자 2023. 8. 15. 01:08

 

    산중 어부 일기

 

    김충래

 

 

  삼십 년 뼈 묻은 직장 잘리고

  처갓집 말뚝까지 뽑아

  차린 전복 양식장

  살갗을 뜯어내는 태풍이 옆구리의 옆구리를 뒤집으며 아비규환의

  아수라장 싹쓸이

  면구스러운 목숨 징그러운 바다

  간신히 건진 배 하나 끌고

  사공도 없이 산으로 간 그

  옆에다 묻을 자리 봐 놓고

  그 배에 카페 같은 횟집 차린다

  메뉴는 전복회, 죽, 무침, 샐러드,

  미역국, 다시마쌈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소금기 넣고 갯내음 배기게 하는데 수 년 파도 소리까지 끌어와 철썩거리며 산들바람 불어오자

  사공들이 노 젓기 위해 몰려온다

  산에서 먹는 바닷물의 산해진미

  깃대 날리는 만선인 날 많아지자

  쌓이고 쌓이는 조개무침

 

  원수 같은 전복이 전복되어 주는 복

  짠 눈물로 빚는 진주

  상처를 빛내며 영롱해진다

     -전문(p. 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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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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