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 책방
김차영
섬의 한 귀퉁이에
무질서하게 겹겹이 쌓여 있는 책
수십만 권의 서적이 있는
책방의 주인은 바다라 했다
수천 년 전부터 주인이 쓴 일기
어느 왕조의 연대기를 적어 놓은 책
돌고래의 로맨스 또는 물의 아픔을
촘촘이 적어 놓은 책이다
책에는 벌레가 기어 다니기도 하고
파래에 덮여 있기도 하지만
해풍의 손이나 파도의 혀로 책장을 넘기면
푸르른 잉크빛 글자가 선명히 드러나는
무녀도 책방
책 읽는 따개비들이 가득하다
나 또한 오늘
여기서 Sea & 詩를 읽고 있다
-전문(p.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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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김차영(본명: 김성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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