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 제6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큰 노래
이성선(1941-2001, 60세)
큰 산이 큰 영혼을 기른다.
우주 속에
대붕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 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 없이 말을 하느니
아,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도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전문(p. 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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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이성선/ 1970년『문화비평』에「시인의 병풍」외 4편을 발표하였고, 1972년「시문학」에「아침」「서랍」등 재추천을 받아 문학 활동을 시작함, 시집『시인의 병풍』『하늘문을 두드리며』『몸은 지상에 묶여도』『밧줄』『시인을 꿈꾸는 아이』『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별이 비치는 지붕』『별까지 가면 된다』『새벽꽃 향기』『향기나는 밤』『절정의 노래』『벌레 시인』『산시』『내 몸에 운주가 손을 얹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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