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거미/ 김성춘

검지 정숙자 2023. 1. 24. 01:47

 

    거미

 

    김성춘

 

 

  1.

 

  들길 걷다가

  고개 숙인 벼와 벼 사이

  누가 그물 짜 놓았다

 

  노련한 어부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2.

 

  그는

  타고난 사냥꾼

  탁월한 건축가

  그가 만든 집은

  인간의 집보다 견고하다

  공해도

  쓰레기장도 없는 전원주택

 

  누가

  거미에게 건축사 자격증 줬을까?

    -전문(p. 30-31)

 

  ------------------------

  * 수요시 포럼 제19집 『마이클잭슨의 거미』에서/ 2022. 11. 10. <파란> 펴냄

  * 김성춘/ 1974년『심상』으로 등단, 시집『물소리 천사』『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등

'사화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 뒤에 있는 건 멀다/ 박마리  (0) 2023.01.26
독보적(獨步的)/ 권영해  (0) 2023.01.25
고슴도치 딜레마 이론/ 이서란  (0) 2023.01.14
추사(秋史)/ 윤명규  (0) 2023.01.13
전화 2/ 문화빈  (0)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