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서대문형무소 문현미 콩밥 한 덩이로 끼니를 채우고 있었다는 그 한마디에 빈대와 벼룩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버텼다는 캄캄한 고백에 염천에 똥통이 끓었고 악취가 온몸을 덮쳤다는 폭력적인 이상 기후에 어느 누구도 괴로워하지 않았고 샛별처럼 빛나는 눈들만 있었다고 이름도, 출신도, 고향도 다르지만 바라는 것은 오직 잃어버린 나라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시퍼런 얼음장 절규에 와락, 떨고 있다 가진 것이라곤 목숨뿐이었던 그들 전부인 만신창이를 오롯이 던져서 얻고 싶었던 꿈의 발화는 생지옥 같은 겨울이 지나가고 난 뒤에야 피어났다, 비로소 -전문(p. 166-167) ---------------------- * 『시현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