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철자법
김정자
장날 노점에 앉아
봄나물 파는 할머니들
박스 쪼가리에 적어놓은 나물 이름들이
조금씩 철자법 틀려 있다.
좀 틀리면 어떤가
원래 봄은 연하다, 연해서
아무리 제대로 적어놓아도 제풀에 시들거나
하늘거리는 법이라서
어떤 글자들이라도 조금씩 받침이 틀리고
기역자가 쌍기역으로
그 햇순이 늘어난다.
참나물, 방풍나물, 원추리 같은 이름들
조금 더 봄이 깊어지면
스스로 살이 올라 꽃피울 것이다.
봄의 근처는 멀어도 봄
조금 삐뚤어지게 적어도
다들 반듯하게 읽는다.
오래된 이름들도
봄엔 생각나지 않고 몇몇은
성씨도 이름도 제멋대로 기억나지만
찬찬히 떠올려 보면 이름들마다
다 꽃이 피어 있다.
-전문(p. 149-150)
----------------------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김정자/ 경기 화성 출생, 2014년 계간『다층』으로 등단. 시집『책이라는 구석』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로소/ 문현미 (0) | 2024.07.26 |
---|---|
이팝나무 아래서/ 맹문재 (0) | 2024.07.26 |
새와 상징/ 강병철 (0) | 2024.07.25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6/ 정숙자 (0) | 2024.07.25 |
한분순_ 서정의 포옹, 바람(전문)/ 바람에게 반하다 : 한분순 (0) | 202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