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봄나물 철자법/ 김정자

검지 정숙자 2024. 7. 26. 00:27

 

    봄나물 철자법

 

    김정자

 

 

  장날 노점에 앉아

  봄나물 파는 할머니들

  박스 쪼가리에 적어놓은 나물 이름들이

  조금씩 철자법 틀려 있다.

 

  좀 틀리면 어떤가

  원래 봄은 연하다, 연해서

  아무리 제대로 적어놓아도 제풀에 시들거나

  하늘거리는 법이라서

  어떤 글자들이라도 조금씩 받침이 틀리고

  기역자가 쌍기역으로

  그 햇순이 늘어난다.

 

  참나물, 방풍나물, 원추리 같은 이름들

  조금 더 봄이 깊어지면

  스스로 살이 올라 꽃피울 것이다.

 

  봄의 근처는 멀어도 봄

  조금 삐뚤어지게 적어도

  다들 반듯하게 읽는다.

 

  오래된 이름들도

  봄엔 생각나지 않고 몇몇은

  성씨도 이름도 제멋대로 기억나지만

  찬찬히 떠올려 보면 이름들마다

  다 꽃이 피어 있다.

     -전문(p. 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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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김정자/ 경기 화성 출생, 2014년 계간『다층』으로 등단. 시집『책이라는 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