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밤 박소원 나의 숙소는 넓은 창문을 열면 설산을 향해 있다 자정 무렵 어둠 속 달을 따라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선을 올려두고 나는 희디흰 눈雪이 쌓인 추위를 가슴에 올려둔다 내 룸메이트는 이상하게 생각할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눈사람, 아직도 나는 추위에 약한 두 눈이 큰 겁 많은 소녀다 분명 우리는 어느 기차역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높은 난간에 서서 오른쪽 발을 허공으로 떨어뜨리던 광대뼈가 도드라진 얼굴 하나, 녹아가며 추락하는 눈 코 입 희미한 미소 전쟁의 밤을 뚫고, 달빛이 내 방으로 여름 눈雪을 짊어지고 오고 있다 -전문(p. 150) -------------* 『미래시학』 2024-여름(49)호 에서 * 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