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전어를 굽는 저녁/ 김지헌

검지 정숙자 2024. 7. 15. 02:19

 

    전어를 굽는 저녁

 

     김지헌

 

 

  서쪽으로 가도 좋겠다

  연탄 화덕에 전어 올리고

  타닥타닥

  굵은 천일염 소리 듣는 저녁이라면

  고소한 전어의 살점을 나누는

  들끓는 저녁이라면

 

  횟집 야외 식탁에서 젓가락으로 바다를 헤집으며

  전어를 구워 먹는 사람들

  다 받아 줄 것처럼

  수평선은 저만치 물러앉아 있다

 

  세상 치욕이 몰려오듯

  얼룩말 떼 파도 우레같이 달려들다 몰려나간다

  돌아가는 길마저 보이지 않을 때면

  바다를 찾는다던 남자

  쉼 없이 밀려드는 삶의 파도 앞에서

  넘어지고 피 흘ㄹ며 여기까지 왔으리라

 

  서쪽으로 가도 좋겠다

  들끓는 저녁 바다 앞

  간절한 생의 마지막 문장을 위하여

     -전문(p.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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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초대시>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김지헌/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심장을 가졌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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