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종사 부처/ 문숙

검지 정숙자 2020. 1. 24. 16:36



    수종사 부처


    문숙



  절 마당에 검은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한 자리에서 오전과 오후를 뒤집으며 논다

  단풍객들이 몸을 스쳐도 피할 생각을 않는다

  가면 가는가 오면 오는가 흔들림이 없다

  산 아래 것들처럼

  자신을 봐달라고 꼬리를 치거나

  경계를 가르며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생각을 접은 눈동자는 해를 따라 돌며

  동으로 향했다 서로 향했다 보는 곳 없이 보고 있다

  까만 눈동자를 따라 한 계절이 기침도 없이 지나간다

  산 아래 세상은 마음 밖에 있어

  목줄이 없어도 절집을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

  매이지 않아

  지금 이곳이 극락인 줄을 안다

  지대방을 청소하는 보살에게 개 이름을 물으니

  무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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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19-겨울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문숙/ 1961년 경남 하동 출생, 2000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단추』『기울어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