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리에서
맹문재
정형외과, 노래방, 순대국집, 부동산 중개소
법무사, 치과, 한의원, 가구백화점……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간판들이 즐비한
경안동 행정복지센터 주위를
더 이상 살필 수 없었다
강민 시인이 1950년 8월
열여덟 살 북한군 동갑내기와 밤새 얘기하다가 헤어졌다는
경안리 주막을 찾는 일은
애처로웠다
여관 간판이 보이기도 했지만
들어가 물어본 일 역시 허무했다
그래도 문학 강의하러 갔던 경안리
겨울바람처럼 떠나오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병원 침대에서 들려주던 시인의 말을
유언으로 듣는다
이놈의 전쟁 언제 끝나지…… 우리 죽지 말자……
악수를 나누고 새벽에 헤어졌던 그 북한 동갑내기를
한 번 만나고 싶어
*『모:든 시』 2019-겨울호 <신작시>에서
* 맹문재/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1991년『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기룬 어린 양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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