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경안리에서/ 맹문재

검지 정숙자 2020. 1. 23. 02:25



    경안리에서


    맹문재



  정형외과, 노래방, 순대국집, 부동산 중개소

  법무사, 치과, 한의원, 가구백화점……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간판들이 즐비한

  경안동 행정복지센터 주위를

  더 이상 살필 수 없었다


  강민 시인이 1950년 8월

  열여덟 살 북한군 동갑내기와 밤새 얘기하다가 헤어졌다는

  경안리 주막을 찾는 일은

  애처로웠다

  여관 간판이 보이기도 했지만

  들어가 물어본 일 역시 허무했다


  그래도 문학 강의하러 갔던 경안리

  겨울바람처럼 떠나오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병원 침대에서 들려주던 시인의 말을

  유언으로 듣는다


  이놈의 전쟁 언제 끝나지…… 우리 죽지 말자……


  악수를 나누고 새벽에 헤어졌던 그 북한 동갑내기를

  한 번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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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시』 2019-겨울호 <신작시>에서

  * 맹문재/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1991년『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기룬 어린 양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