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기다리는 사람
임재춘
빗소리를 끌고 오는 당신
정중한 답은 위로다
다시
빗속에 열심히 이력서를 쓰는 것은
떨어졌다는 답을 꼭 해주는 그 세상 때문이다
새 이파리를 소개서에 붙이고
사진은 꽃봉오리를 매달아 다시 꾸민다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계곡은 깊어진다
서성거리는 발자국에 구름이 덮인다
세상의 어두운 소리는 귓바퀴 안에 다 모인다
젊은 기억은 곁을 떠나지 않고
메아리로 돌아오는 답신을 기다리는 사람
골똘함에 빠진 이력들이 유연함을 놓친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기다리는
답은
먼 섬
기다림이 오래됐으므로
그는 멈출 수 없다
기다리는 답은 삶의 끝까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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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청춘』 2019-겨울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임재춘/ 1954년 충남 신도안 출생, 200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오래된 소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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