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답을 기다리는 사람/ 임재춘

검지 정숙자 2020. 1. 25. 00:05



    답을 기다리는 사람


    임재춘



  빗소리를 끌고 오는 당신

  정중한 답은 위로다

  다시

  빗속에 열심히 이력서를 쓰는 것은

  떨어졌다는 답을 꼭 해주는 그 세상 때문이다

  새 이파리를 소개서에 붙이고

  사진은 꽃봉오리를 매달아 다시 꾸민다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계곡은 깊어진다

  서성거리는 발자국에 구름이 덮인다

  세상의 어두운 소리는 귓바퀴 안에 다 모인다

  젊은 기억은 곁을 떠나지 않고

  메아리로 돌아오는 답신을 기다리는 사람

  골똘함에 빠진 이력들이 유연함을 놓친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기다리는

  답은

  먼 섬

  기다림이 오래됐으므로

  그는 멈출 수 없다

  기다리는 답은 삶의 끝까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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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19-겨울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임재춘/ 1954년 충남 신도안 출생, 200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오래된 소금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