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연어 이야기/ 남효선

검지 정숙자 2019. 11. 21. 02:55

 

 

    연어 이야기

 

    남효선

 

 

  캄차카 광활한 툰드라를 누비는 목동 누리야 할아버지 주름이 더 깊어졌지

  그래도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해

  마지막 노마드 누리야 영감은 순록 목동이네

  유르트를 세우고 광활한 이끼 낀 툰드라를 누비지 

  누리야 영감이 만드는 연어 알 얹은 빵은 정말 맛있네

  누리야 영감이 구운 순록 고기와 연어 알 빵에는

  툰드라를 지키는 바람과 풀과 자작나무 냄새가

  가득 담겨 있지

 

  고향에 남은 일리아 할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감자를 캐네

  일리아 할머니는 참으로 부지런해

  잠시도 쉬는 틈 없이 텃밭을 가꿔

  주말이면 도시로 출가한 딸들이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일리아 할머니를 반기지

  일리아 할머니는 처녀 적 초원 시절을 그리워하지

  "착한 암소가 숲에서 돌아왔네~"

  일리아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네

  주름투성이 일리아 할머니는 이때가 제일 행복해보여

 

  쿠릴호수에서 내 동무 마흔 명이 불곰에게 먹혔어

  쿠릴호수를 거슬러 오르면

  불곰이 젖가슴을 열어젖히고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어

  내 동무들을 해코지하는 불곰이지만 그럴 때는 참 평화로워 보였지

  우리도 사선을 건너듯 불곰의 집채만 한 손바닥을 피해

  알을 놓고 새끼를 부화하지

  오팔라강에는 노련한 연어잡이 새르게이 영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낡은 나무배와 그물 한 자루로

  강을 거슬어 오르는 우리 동무들을 가두지

  그래도 세르게이 영감은 마구잡이로 욕심내지 않아

  세르게이 영감이 그물을 당기며 흥얼거리는 노랫속에

  영감의 생각이 담겨 있어

  "고기를 잡는 것도 어부라네~ 고기를 잡지 않는 것도 어부라네~"

 

  동해안 갯마을 울진 왕피천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이

  전할 거야

  금강소나무 향내가 달큼하게 배어 있는

  왕피천 내 고향 이야기를

  왕피천을 가로질러

  철길이 나고 여름이면

  망양정 꼭대기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이야기를

  겨울 내내 밥상에 오르는 곰삭은 식해 맛을

  간간하면서 상큼한 돌미역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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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티카』2019-하반기호 <시에티가 시인/ 작품론>에서

   * 남효선/ 경북 울진 출생, 1989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둘게삼』, 시화집『눈도 무게가 있다』, 민속지『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