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이야기
남효선
캄차카 광활한 툰드라를 누비는 목동 누리야 할아버지 주름이 더 깊어졌지
그래도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해
마지막 노마드 누리야 영감은 순록 목동이네
유르트를 세우고 광활한 이끼 낀 툰드라를 누비지
누리야 영감이 만드는 연어 알 얹은 빵은 정말 맛있네
누리야 영감이 구운 순록 고기와 연어 알 빵에는
툰드라를 지키는 바람과 풀과 자작나무 냄새가
가득 담겨 있지
고향에 남은 일리아 할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감자를 캐네
일리아 할머니는 참으로 부지런해
잠시도 쉬는 틈 없이 텃밭을 가꿔
주말이면 도시로 출가한 딸들이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일리아 할머니를 반기지
일리아 할머니는 처녀 적 초원 시절을 그리워하지
"착한 암소가 숲에서 돌아왔네~"
일리아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네
주름투성이 일리아 할머니는 이때가 제일 행복해보여
쿠릴호수에서 내 동무 마흔 명이 불곰에게 먹혔어
쿠릴호수를 거슬러 오르면
불곰이 젖가슴을 열어젖히고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어
내 동무들을 해코지하는 불곰이지만 그럴 때는 참 평화로워 보였지
우리도 사선을 건너듯 불곰의 집채만 한 손바닥을 피해
알을 놓고 새끼를 부화하지
오팔라강에는 노련한 연어잡이 새르게이 영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낡은 나무배와 그물 한 자루로
강을 거슬어 오르는 우리 동무들을 가두지
그래도 세르게이 영감은 마구잡이로 욕심내지 않아
세르게이 영감이 그물을 당기며 흥얼거리는 노랫속에
영감의 생각이 담겨 있어
"고기를 잡는 것도 어부라네~ 고기를 잡지 않는 것도 어부라네~"
동해안 갯마을 울진 왕피천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이
전할 거야
금강소나무 향내가 달큼하게 배어 있는
왕피천 내 고향 이야기를
왕피천을 가로질러
철길이 나고 여름이면
망양정 꼭대기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이야기를
겨울 내내 밥상에 오르는 곰삭은 식해 맛을
간간하면서 상큼한 돌미역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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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티카』2019-하반기호 <시에티가 시인/ 작품론>에서
* 남효선/ 경북 울진 출생, 1989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둘게삼』, 시화집『눈도 무게가 있다』, 민속지『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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