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아일랜드 15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본 슬픈 아일랜드
강성철
맬서스가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라고 투키디테스 면전에서 인구론을 펼치자, 고뇌에 찬 아테네 새마을운동의 선구자이며, 아테네 제1시민인 페리클레스가 "아들, 딸 구별 없이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응수하였다. 이에 스파르타가 용맹한 전사를 배출하기 위한 남아선호사상에 배척된다며, 여성 전사 아마조네스를 몰아내고 오물 풍선과는 별도로 "인구는 산술급수적으로,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라는 해괴한 전단을 아테네로 살포하였다. 이에 더해 중국의 저우언라이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국공國共 내전 중지와 항일연합전선을 촉구하면서, 강력한 생산 장려책으로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응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아테네에선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율 저하가 이웃한 왜국보다 더욱 샘해지기 시작했다. (p. 시/ 20_22)
한편 헤라클레스의 후손인 스파르타 국왕, 천자인 진시황, 전제군주 차르가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다가서자, 아테네 광장엔 촛불의 후예들이 남과 북 대치가 아닌 대화의 광장으로 나가자고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뭉치며 '댈로이 동맹'으로 응수했다. 이에 스파르타가 아테네 성벽에 공성전으로 불화살을 쏟아붓자, 그동안 적대시되었던 서구 열강 페르시아가 토마호크 미사일로 무장한 전함을 황해와 걸프만으로 보냈다. 이에 통일의 꽃, 림수경 낙랑공주가 황석영 호동왕자를 위해 자명고를 찢어내면서, 에게해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가득 실은 엉클 톰의 링컨호, 이상한 나라의 엘리자베스호, 노트르담의 나폴레옹호 등 서구 열강의 군함들이 득실거렸다. 이를 틈 타 왜국은 은근슬쩍 군사력을 증강하고 대륙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며, 자국민에게 가미카제의 애국심을 볼모로 욱일기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에 아테네 조정은 어설픈 민주주의를 폈던 페리클레스의 정책을 비판하며, 남인과 북인 더 나아가 노론과 소론으로 갈려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에 육사는 바람 잘 날 없는 아고라 광장에서 내 고향 7월,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의 끝 광야에서 민중들이 목놓아 울며, 하나의 그리스를 이루어줄 백마 타고 오는 델로스 동맹의 초인을 기다린다고 하였다.
아! 그러나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대중 영합으로 흘러, 젊은이들은 너무 오른 집값에 절망하며, 고임금의 편안한 직종으로만 몰려가거나 하루 벌어 하루 쓰는 하루살이 재미에 빠져들어 가며, 아테네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아테네의 3D 업종엔 그동안 연변의 조선인과 호치민의 후손이나 간디의 후손, 우즈벡의 고려인들로 채워졌으나, 이들도 이젠 은근슬쩍 발뻄하고 있다. 하여 아테네엔 순수 그리스인은 점점 감소하고, 이방인들도 먹고사는 일이 나아지자, 슬슬 편하게 허우적거리며 '맬서스의 트랩'으로 빠져들어 갔다. 북쪽 스파르타에선 헤라클래스의 후손인 을지문덕, 강감찬 등 영웅호걸은 점차 사라져 가고 저우언라이의 보좌를 받는 마오쩌둥, 레닌의 이념을 넘어선 정적 제거의 달인 스탈린이 득세하면서 군인인 남성들과 아마조네스와 같은 여성 전투병, 남성을 낳는 여성 기계들만이 즐비하였다.
이에 나훈아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며 아테네의 중우정치 를 "테스형~ 소크라테스 형~"이라고 구성지게 노래하자, 아테네는 이문열이 구축한 『변방』의 물이 새기 시작했다. 아울러 군국주의스파르타 병사들도 수많은 전쟁으로 "사나이로 태어나서~"를 부르면서, 클라크 케이블, 비비안 리와 바람과 함께 사라져 갔다. 이러한 것을 적시한 후세의 사가들은 인류의 역사는 「맬서스 재앙」에 빠져, 돌고 돌아 하늘 아래 새로운 거 없이 그 옛날 아담과 이브의 실낙원 초기시절로 되돌아가는 순환 열차라고 했다.
-전문(p. 20-22)
♣ 시작 노트> 한 문장 : (前略)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 아일랜드Ireland가 영국 옆에 있어서 불쌍한 나라라면 조선은 일본 옆에 있어서 불행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라는 「슬픈 아일랜드 3」에서 영국계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말에서 보듯, 슬픈 아일랜드는 영국 옆의 아일랜드Ireland이며, 또한 일본 옆의 한반도를 아일랜드Ireland로 비유할 수 있다. 옆의 영국으로부터 800여 년간 지배받았고, 한반도 역시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 있기도 했다. 화끈하고 정이 많고 음주 가무를 즐기는 점에서 그리고 국토가 남, 북으로 갈린 점에서 아일랜드와 한반도가, 예의 바르고 친절하면서도 경제적 이해타산이 밝은 점에서 영국과 일본이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슬픈 아일랜드Sad Ireland가 바로 우리 한반도라는 게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p.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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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8월(416)호 <신작특집> 에서
* 강성철/ 1988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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