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의 일상
김영
네모난 바깥이
안으로 들어온다.
반듯한 도형이지만 비스듬한 오후가
깃을 들이기도 한다
서쪽의 기울기라고 하지만
동쪽에게 배운 것 같다.
지구 밖에 존재하는 각도와 도형들엔
사람이라는 주인이 있다.
측량기사들이 빨간 말뚝을 꽝꽝 박아놓은
넓이와 도형에는 새 주인이 생긴다.
아무리 지구가 돌고 또 돌면서 뒤섞으려 해도
도형들의 주인은 확고하다.
사각을 삼십 도의 각도로 접으면 지붕이 된다.
지붕 밑은 어떤 곳인가?
올려다보는 일로 부끄러우면 지붕을 얹고
들여다보는 일로 부끄러우면 커튼을 친다.
또 대부분 사람은 벽을 세우는 일에 열심이다
자신의 벽 안에 자신만의 하늘을 들여놓고
눈 속엔 엿보는 일을 숨겨놓고 있다.
하루가 들렀다 가지 않는 창문은 없다.
안쪽의 불빛을 동경하는 일과
바깥의 빛을 희망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싶을 때
창문을 등장시킨다.
밤이면 네모난 안쪽이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온 사각은
어둠을 잘라내는 일에 골몰하는 것 같지만
한 눈금의 어둠도 덜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창문 안쪽에서는
제 그림자를 돌보는 일이 어렵다
-전문(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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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8월(416)호 <신작특집> 에서
* 김영/ 1996년 『눈 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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