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단산학회와 시인 구상/ 강신표

검지 정숙자 2023. 10. 18. 01:54

 

    단산학회檀山學會와 시인詩人 구상具常

 

     강신표

 

 

  檀山學會 총회가 있었다.

  통지서에는 박진원씨 이름이 없이

  회장 백으로만 나갔지만 백영철의 수고가 컸다.

  어제 밤에 새로 회장이 된 정병수로부터

  전화가 와서 서로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개인적 차원보다는 집단적 차원에서

  원칙을 세우고 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이제는 모든 어려운 것이 다 지났고,

  치러야 할 홍역도 치렀으니,

  정병수 교수같이 맡아야 할 분이 맡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전 총회는 참으로 어려운 시련이었다.

 

  이번 총회의 백미는 또 한번 詩人 具常선생님의

  말씀을 들어 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우연히 연락이 닿아 '술주정'하시겠다고

  나오셔 가지고 내심에 맺힌 소리를

  들려주신 것이다.

 

  "어떻게 '운명적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역사

  적 인간'으로 살 것인가?

  이는 오직 '의식혁명'으로서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에게 '人文革命'이 절실하다.

  미국 문명과 군인들이 가져다준 '技術적 사고'가

  우리 사회와 생활을 혼란으로 이끌었다.

 

  대한민국을 망친 자는 미국 유학생들이다.

  에고이스트적 오리엔테이션으로

  내 나라는 풍지박산이 되었다.

  내가 육혈포를 들어야겠어!

  너희들에게 쏘아야겠어!

  우리의 희망은 여기 밖에 없다."

 

  나는 여기서 다 옮길 수 없다.

  Kamehamea Room에서, Lumis에서,

  다시 Kiokyo에서 이날의 老詩人은

  우리의 잠을 일깨워 놓았다.

  (1972. 3. 9. 하와이 대학에서)

       -전문(p. 95-96)     

  

  * 작자(1936~ )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1967-73년에 하와이대학에 유학하여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 이화여대, 한양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인제대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한국문학연구』 등 7권이 있다. 하와이에서는 1968년에 단산학회檀山學會를 조직하여 공동연구의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p.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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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