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발견의 기쁨/ 이동순

검지 정숙자 2023. 9. 2. 01:11

<2010, 제22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발견의 기쁨

 

     이동순

 

 

  누더기처럼

  함석과 판자를 다닥다닥 기운

  낡은 창고 벽으로 그 씨앗은 날려 왔을 것이다

  거기서 더 이상 떠나가지 못하고

  창고 벽에 부딪쳐

  그 억새와 바랭이와

  엉겅퀴는 대충 그곳에 마음 정하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사람도 정처 없이 

  이렇게 이룬 터전 많았으리라

  다른 곳은 풀이 없는데

  창고 틈새에만 유난히 더부룩 돋았다

  말이란 놈들이 그늘 찾아

  창고 옆으로 왔다가 그 풀을 보고

  맛있게 뜯어먹고 갔다

  새 풀을 발견한 기쁨 참지 못하고

  연신 발굽을 차며

  히히힝 소리 질러댔다

     -전문(p. 152-153)

 

    -------------------------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이동순/ 경북 김천 출생,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당선, 시집『개밥풀』『물의 노래『지금 그리운 사람은『철조망 조국『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봄의 설법』『꿈에 오신 그대』『가시연꽃』『기차는 달린다』『아름다운 순간』『미스 사이공』『마음의 사막』『발견의 기쁨』『묵호』

'사화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상의 가을/ 이상국  (0) 2023.09.04
백제시 - 주군(酒君)*/ 문효치  (0) 2023.09.03
바이올린 켜는 여자/ 도종환  (0) 2023.09.01
마음 화상(火傷)/ 김초혜  (0) 2023.08.31
아득한 성자/ 조오현  (0) 2023.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