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녀의 주름치마는 누가 접었을까/ 문봉선

검지 정숙자 2024. 7. 27. 02:20

 

    그녀의 주름치마는 누가 접었을까

 

     문봉선

 

 

  새도우를 바르고 새처럼 새쁜새쁜

  마지막 마스카라로 마무리는 굿

  새처럼 새쁜새쁜 나의 애마를 부르렴

  충무로로 가자

 

  말을 타듯 천방지축 날뛰지 말고

  엉덩이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땐 품위를 지키렴

  사쁜시쁜 연미복은 날아갈 듯 가벼워

  탈의실 같은 건 없어도 좋아

  아직 야성이 넘치니까

  간이테이블에 걸터앉아

 

  커버력 좋은 햇발 한 줌

  주름진 얼굴에 비비면

  각선미가 돋보이는 청춘이 더욱 빛나거든

  금빛 망사 스타킹에 어울리는

  주름치마는 분홍이어도 괜찮아

  과거와 현재, 추억을 갈아 넣어

  펼쳐질 미래는 핑크빛으로 빛날 테니까

 

  조명이 찬란한 충무로 파랑새 극장

  그 꼭대기로 데려다 줘

  십자가 위

  2막 8장 구겨진 보름달을 펼쳐보인다

 

  인스턴트 단막극.

     -전문(p. 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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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이 계절의 시인/ 신작시> 에서
 * 문봉선/ 경북 대구 출생,
1998년『자유문학』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독약을 먹고 살 수 있다면』『진심으로 진심을 노래하다』 『꽃 핀다』『시와 정치』, 시선집『하늘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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