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잠자리 시에스타/ 최금진

검지 정숙자 2024. 7. 27. 01:24

 

    잠자리 시에스타

 

     최금진

 

 

  잠자리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생각한다

  누가 이 외투 속에 갇힌 몸을 열어줄 것인가

  꽃들은 혀를 내밀고 헐떡인다

  오후는 제 무게만으로 무거워지고

  그는 공중에 버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밖에

  살 것인가, 뛰어내릴 것인가, 깨어나지 않도록

  잠 속에 날개를 결박하고

  죄수처럼 웅크릴 것인가

  잠자리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동안

  순식간에 잠이 왔다 가고

  잠은 어느 것에도 기대하는 바가 없다

     -전문(p.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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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최금진/ 2001년 『창작과비평』 제1회 신인 시인상, 시집 『새들의 역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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