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밤
박소원
나의 숙소는 넓은 창문을 열면 설산을 향해 있다
자정 무렵 어둠 속 달을 따라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선을 올려두고
나는 희디흰 눈雪이 쌓인 추위를 가슴에 올려둔다
내 룸메이트는 이상하게 생각할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눈사람,
아직도 나는 추위에 약한 두 눈이 큰 겁 많은 소녀다
분명 우리는
어느 기차역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높은 난간에 서서 오른쪽 발을 허공으로 떨어뜨리던
광대뼈가 도드라진 얼굴 하나,
녹아가며 추락하는 눈 코 입 희미한 미소
전쟁의 밤을 뚫고,
달빛이 내 방으로 여름 눈雪을 짊어지고 오고 있다
-전문(p.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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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4-여름(49)호 <신작시>에서
* 박소원/ 2004년 계간『문학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즐거운 장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