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코카서스의 밤/ 박소원

검지 정숙자 2024. 7. 28. 01:37

 

    코카서스의 밤

 

     박소원

 

 

  나의 숙소는 넓은 창문을 열면 설산을 향해 있다

  자정 무렵 어둠 속 달을 따라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선을 올려두고

  나는 희디흰 눈이 쌓인 추위를 가슴에 올려둔다

  내 룸메이트는 이상하게 생각할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눈사람,

  아직도 나는 추위에 약한 두 눈이 큰 겁 많은 소녀다

  분명 우리는

  어느 기차역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높은 난간에 서서 오른쪽 발을 허공으로 떨어뜨리던

  광대뼈가 도드라진 얼굴 하나,

  녹아가며 추락하는 눈 코 입 희미한 미소

  전쟁의 밤을 뚫고,

  달빛이 내 방으로 여름 눈을 짊어지고 오고 있다

     -전문(p.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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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4-여름(49)호 <신작시>에서 

* 박소원/ 2004년 계간『문학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즐거운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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