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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꽃의 전설이 된 시인에게/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0. 11. 30. 02:20

 

<시산맥 시회 회원/ 작고시인 특집/ 추모글> 中

 

 

    참나리꽃의 전설이 된 시인에게

 

    정숙자

 

 

  김희준 시인,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노랗고 밝은 빛을 따라가야 해요. 멋있게 보일지라도 푸르스름하거나 안개 낀 길로 가면 안 된다, 이집트 사자의 서에 쓰여 있어요. 그건 습한 곳이라고 합니다··· 희준 시인, 사랑했어요. 지금도 사랑하고 아끼고··· 앞으로도··· 꼭 노랗고 밝은 빛을 따라가세요.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두려움이 일어도 무서워하지 말고··· 모든 소리는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거랍니다. 꼭 기억하세요. 2020. 7. 27. 정숙자 드림. ^^~

 

  김희준 시인, 제가 보낸 카톡 읽으셨지요? 아직도 제 휴대폰 속 저 당부 옆에는 ‘1’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희준 시인의 능력은 이미 지구인의 문화를 훨씬 뛰어넘었을 테니까 다 읽고 또 제 마음도 헤아리셨으리라 짐작합니다. 너무나 갑자기 궤도를 달리한 희준 시인에게 마음을 전할 길이란 카톡밖에 없음을 깨닫고, 지금 가장 필요한 말씀이 뭘까 궁리하던 끝에 저 카톡을 띄운 거예요. 언제 어디서든 미래는 살아있는 것이고, 중요한 길이 아니겠어요!

 

  우리 오늘은 즐거웠던 일, 하나만 추억하기로 해요. 웹진 시인광장20204월호에 이령 시인의 사회로 대담한 거 있잖아요? 정하해 시인과 희준 시인과 저와 넷이서, 다시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오진지 몰라요. '오지다'는 제 고향 김제에서 쓰던 말인데, '오달지다'와 유의어예요. 그 대담에서 희준 시인이 가장 발랄/신선한 초록빛이었지요. 94년생 시인답게 산뜻했어요. 그 후로 꼭 한번 만나서 쨍~ 하고 작은 유리컵이라도 부딪쳤어야 했는데.

 

  내일이 910. 희준 시인의 생일이며 49일이며 문학동네에서 시집이 나오는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겹으로 날짜가 맞춰진 건 참으로 예삿일이 아닙니다. 희준 시인한테 엄청난 차원이 예비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요?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시집 이미지가 벌써 인터넷 창에 보이는군요. 반드시 사서 읽으려고요. 아폴론이 휘아킨토스를 사랑하고 애도했듯이 참나리꽃에 찍힌 검은 글씨 Ah! Ah!, 제 가슴에도 꾹꾹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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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산맥』 2020-가을호 <시산맥 시회 회원/ 작고시인 특집/ 추모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