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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제_ 『쿼런틴』「코로나 블루」「체크리스트」「후유증」

검지 정숙자 2020. 10. 5. 19:20

 

 

    코로나 블루

 

    김어제/ 프리랜서

 

 

  일명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우울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장기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고, 정상적인 사교 생활을 할 수 없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것을 뜻한다. 또한 불경기로 인한 수입 감소, 실직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감염되는 것에 대한 불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 매일같이 반복되는 뉴스 등이 모두 영향을 끼친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 빠른 시간 내에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조심해도 나만 유난떠는 사람이 되고 확진자는 꾸준히, 늘어난다. 이런 상황이 빠르게 종결된다면 좋겠지만,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적응해야 한다.

  P가 아픈 동안 나도 불안, 우울, 공황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누구를 위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를 완화시키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했던 일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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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리스트

 

 

  V  수면이 가장 기본이다. 잠을 잘 자야 기분을 안정시키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지침을 따르면서, 해가 지고 나면 뉴스나 SNS 등을 통해 심각한 뉴스를 보는 것을 피하자. 일정 기간 정도는 아예 뉴스를 멀리 하는 것도 괜찮다. 매일 보지 않아도 내 세상은 돌아간다.

 

  가능한 햇빛을 쬐자. 밝은 빛은 잠을 깨게 하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가벼운 운동은 주의를 분산시키고 기분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내에서라도 하루 30분 이상의 적절한 강도의 운동은 많은 도움이 된다. 혼자서 하는 운동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유튜브를 참고하여도 되고, 요즘은 좋은 운동 어플리케이션이 많다.

 

  균형잡힌 영양 섭취를 잊지 말자. 집에 있으면 괜히 입이 심심해져서 단당류,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 섭취가 늘어날 수 있는데, 활동량이 줄어든 만큼 식사량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단백질과 신선한 야채를 꾸준히 챙겨 먹는 게 도움이 된다.

 

  단기간에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좋은 방법은 심호흡이다. 편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거나 사지를 뻗고 누워서 눈을 감고 긴장을 푼다. 숨을 코로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숫자를 세면서 3초간 들이쉬고, 1초간 멈춘 다음에, 4-5초간에 나눠서 입으로 숨을 내쉬기를 반복하면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깥에서 모임을 가질 수 없다고 해도 전화나 영상 통화, 채팅 등을 통해서 사람들과 계속 연락하자. 사람은 사회적인 생물이라 교류 없이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면 우울해질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이야기는 최대한 짧게 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자. 귀여운 것을 많이 보자.

 

  이와 같은 대중 요법(?)들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거나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하자. 신경 정신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만 넘어선다면 약물 치료도 상담 치료도 매우 효과적이다. 다른 병원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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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유증

 

 

  최근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코로나19 후유증이다. 중증과 경증을 가리지 않고 완치 후에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한국은 환자가 많지 않아 조명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환자 수가 많은 미국에서는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후유증이 알려졌다.

  후유증에 앞서, 우선 당신은 죽을 수도 있다. 살아남더라도 만성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혈전증이 발생한다면, 사지 말단이 괴사하여 손가락이나 다리를 절단하게 될 수 있다. 오른손의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고 왼손도 대부분의 손가락을 절단한 사례가 있다. 브로드웨이 배우 닉 코더로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상태로 혈전증이 발생하여 다리를 절단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그는 계속 의식이 없었다.

  코로나19는 심장, 간, 신장, 뇌와 정신 건강, 신경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이후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심각한 근육 손실도 동반하여, 퇴원 후에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완치 후에도 브레인 포그(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 호흡 곤란, 부정맥, 고혈압, 두통, 어지러움, 불면, 기침, 흉통, 피부의 발진, 관절염, 피로 등이 나타나는 것은 흔한 모양이다.

  일반적인 후유증에 덧붙여 '중환자실 치료 증후군(post-intensive care syndrome)'이라고 하여, 특히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며 인위적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은 중증 환자의 경우 정신적, 신체적 부작용을 겪는 것이 많이 알려졌다. 인위적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은 중증 환자의 경우 정신적, 신체적 부작용을 겪는 것이 많이 알려졌다. 인위적 혼수상태에서 감각이나 반응은 없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악몽을 꾸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기억이 퇴원 후에도 뇌 한 켠에서 반복되는 모양이다. 그로 인한 인지 장애, 불안, 우울뿐만 아니라 환각, 환청 등을 겪는 생존자들도 있다.

  아직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 조사가 시작되었다. 더불어 이미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코로나19도 사스와 마찬가지로 만성 피로 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게 제시되고 있다.

  P도 발열이 사라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완치 후 첫 한 달을 잘 먹고 걱정 없이 잘 쉬어서 그래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활동을 시작하면서 잔병치레를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지 않은 사소한 병들부터 위염, 장염, 편도선염, 결막염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 동안 온갖 부위가 돌아가며 고장나고 있다. 곧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나는 젊으니까, 건강하니까, 설마 무슨 일 있겠어, 괜찮아' 하고 우습게 넘길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죽거나 사지를 잃기도 한다. 가볍게 앓거나 무증상으로 지나가더라도, 또 장기적인 후유중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질병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 착용과 위생 관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여 나의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도록 하자. ▩ (P. 30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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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어제 지음/ 코로나19와의 사투와 생존 과정을 새긴 40일간의 기록 쿼런틴에서/ 2020. 9. 7. <마음의숲> 발행

  * 김어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를 졸업했다. 사진을 하는 배우자와 뉴욕에 살고 있다. 평생 인터넷에 글을 남겨왔지만, 책은 예정에 없었다. '어제'라는 이름으로 브런치에 음식과 요리에 관한 글을 쓴다. 가리는 것은 많고 좋아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다. 아프리카 서부의 아름다운 섬, 프라이아에 여행을 가고 싶은 오랜 소망은 이제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