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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저술 : 니체 / 번역 : 강두식

검지 정숙자 2020. 5. 29. 02:12

 

 

    독자와 저술

 

    니체(독일 1844-1900, 56세)

 

 

  기록된 일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자기의 피로 적은 바로 그것이다. 피로 적으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정신임을 알리라.

  타인의 피를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나는 나태한 독자를 증오한다.

  독자를 염두에 두는 자.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미 독자를 위해 하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1세기를 더 살라고 해보라.    그렇다면 그때는 정신이 발산하는 악취뿐이다.

  누구나 독서를 해도 무방하다는 것, 이런 일이 계속되면 쓴다는 것 뿐만 아니라 사고하는 그것마저 절멸하리라.

  일찍이 정신은 신이었다. 그런 뒤에 그것은 인간으로 화해버렸다. 이제 와서 그것은 어리석은 천민이 되고 말았다.

 

      *

 

  냉담하라, 조소하라, 용감하라, 지혜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지혜는 여성이며 항상 투사만을 사랑한다.

  『삶은 괴로움이다.』 이렇게 그대들이 말하지만 어찌하여 오전에는 자기의 긍지를 가지다가도 오후에는 체념을 하는가?

  삶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디 그처럼 연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이지 말라? 우리는 누구나 다 한결같이 짊어진 짐을 질 수 있는 멋진 당나귀이며 암당나귀이다.

 

      *

 

  그렇다. 우리는 삶을 사랑한다. 삶에 익숙해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항상 어떤 한 가지 광희狂喜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광희 속에는 항상 어떠한 이성이 숨어 있는 법이다. (p. 279) 

 

 

   *블로그주 : 대부분의 한자를 한글로 바꾸어 수록했음. ( ※ 역자 1927-2013, 8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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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外)에서/ 1963. 11. 5. 초판 발행. 1979. 9. 10. 신장판 초판 발행, 1980. 10. 15. 신장판 재판 발행 , <을유문화사>  발행자 : 정진숙

  * Friedrich Wilhelm Nietzsche(1844-1900, 56세)/ 1844년 10월 15일에 독일 작센의 시골인 뢰켄(Roken bei Lutzen)에서 태어났다. 뢰켄의 목사였던 니체의 아버지는 마침 당시 프러시아의 왕의 탄생일에 태어난 자기 아들의 이름을 왕의 이름을 따서 프리드리히 빌헬름이라고 명명을 했다. 니체의 어머니는 그때 아직 열아홉도 채 안된 건강한 미인이었다. 아버지는 서른하나라는 한창 나이였다.

  * 강두식/ 서울 출생, 서울대 독문과 졸업, 중앙대 교수, 한국 비교문학회 간사, 서울대 독문과 교수,  역서 『파우스트』 『말테의 수기』 『베르질의 죽음』 『페렉스 크룰』 『독일고전희곡선』 『소아나의 이단자』 , 논문 <프란츠 카프카론> <진리와 진실> <전후독일서사문학의 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