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저 빨강색이 코치닐이란 말이죠?/ 김명리

검지 정숙자 2020. 1. 11. 02:53

 

    저 빨강색이 코치닐이란 말지요?

 

    김명리

 

 

  연지벌레 삼천 마리를 잡아야

  5밀리그램 물감이 나온다는

  저 빨강색이 코치닐이란 말이죠?

 

  선인장에 붙어사는

  연지벌레 내장으로 만든 색!

 

  연지벌레의 괴로움

  연지벌레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코치닐에는 절대로 다른 색을

  섞고 싶지 않다고 했나요?

 

  비 오는 날이면

  내리는 빗물에

  우왕좌왕 흔들렸을 슬픔의 냄새

 

  그림 속 앵두나무 가지를 뒤흔드는 것은

  몰아치는 사월의 비바람

  아직도 씌어 지지 않은 한 편의 시

 

  악몽 속이 이다지 붉고

 

  앵두나무 한 가지에서

  한 알의 앵두를 거두는 일이

  스스로 눈물겨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네

 

 

   ---------------

  *『현대시』2019-12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명리/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