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라는 말은 슬프다
정윤천
귀에서 실이 나왔다
어머니가 발등을 밟아주면 사슴은
잔발로 숲을 달렸다
사슴의 다리 밑에서 나뭇잎 같은 헝겊을
만지막거리며 지내기도 하였다
누군가 사슴의 모가지만 잘라서 가져가 버렸다*
천강千江에 내린 달빛이 남김없이 스러졌던
아침까지
사슴의 울음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궁금하고 무서운 달이 방문 앞에
한동안 넘어져 있고는 하였다
사슴을 잃은 어머니의 눈빛이
늦게까지 슬픈 짐승처럼 남아 있었다.
-전문-
* 당신의 재봉틀에서 누군가 머리만 떼어가 버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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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9-12월호 <신작특집>에서
* 정윤천/ 1990년《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1991년『실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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