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32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목도장
장석남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의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 놓았으니
제법 그럴듯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 있네
-전문(p. 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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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장석남/ 경기 부천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시 해설집『사랑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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