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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도_육필 서명본에 담은 시담『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검지 정숙자 2023. 2. 2. 02:43

 

    프란츠 카프가

 

    오규원(1941-2007, 6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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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 보들레르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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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카프카 800

 

  이브 본느프와  1,000

  에리카 종 1,000

  가스통 바슐라르 1,200

  이하브 핫산 1,200

  제레미 리프킨 1,200

  위르겐 하버마스 1,200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전문-

 

  허무주의자 오규원의 시적詩的 패러디/ 30년 만에 뜯어본 연하장(발췌) _박이도/ 시인   

  이 시는 포스트모던한 실험 시이다. 산업사회로 치달리던 1970년대 이후의 세태를 패러디한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것도 시인가? 작위적으로 만든 메뉴판을 복사해 놓고 한 줄 낙서를 단 것에 불과한데···. "라고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독자가 읽어온 서정시의 통념으로 보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나는 문예창작 실기론 시간에 다양한 성격의 시를 나누어 주고 즉석 감상문을 써 발표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무의미한 낙서처럼 읽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풍요함을 추구하는 산업사회에서 겪게 되는 소시민적 비애감, 좌절감에 빠진 자들을 패러디한 것임을 직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시대적 거대 담론이 될 수 있는 문제를 희화戱畵한 셈이다.

 

  내가 오규원 형을 만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 종로구청 주변에 있던 문학과지성사 사무실에서였다. 오 형의 첫 인상, 얼굴은 선이 굵고 목이 길어서 나는 '기린아'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썼으나 비교적 강한 발음을  구사하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도 동물원에 가서 기린을 보면 항상 당당했던 오규원 형의 얼굴을 연상하게 된다. 아울러 허무주의적 세계관의 대표적인 작품 「프란츠 카프카」에 오버랩 되곤 한다.(p. 시 251-252/ 론 252-253) 

 

  * 블로그註: 육필과 사진 · 시담詩談, 그 외 내용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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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도_육필서명본(肉筆書名本)에 담은 시담詩談 『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 2022. 3. 20. <스타북스> 펴냄

  * 박이도朴利道/ 1938년 평북 선천宣川 출생, 1945년 8.15 광복 후 월남, 1959년 ⟪자유신문⟫ 신춘문예 시 & 1962년⟪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3년 <신춘시> & 1963년 <사계> 동인, 시집『회상의 숲』『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민담시집』『있는 듯 없는 듯』 15권, 시선집『빛의 형상』『순결을 위하여』『반추』『삭개오야 삭개오야』『가벼운 걸음』등 6권, 전집『박이도문학전집』(전4권), 수필집『선비는 갓을 벗지 않는다』, 평론집『한국현대시와 기독교』, 번역시집『朴利道詩全集. 權宅明역』(일어), <Language on the Surface of the Earth. Translate by Kevin O'Rourke/Chang-Wuk Kang번역>(영어), 대한민국문학상 · 평운문학상 · 문덕수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