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속의 집 외 1편 이미숙 나나니벌 일가 안방 바깥쪽 발코니에 흙집 한 채 지었다 계약서 한 장 주고받은 적 없는데 아예 살림을 차린 모양새다 월세라도 지불하듯 창틀에 꼬깃꼬깃 때 묻은 단풍잎 지폐 몇 장 앞뒤 없이 망치부터 들어보지만 빠듯이 몸 들고 날 문 두 짝 마치 깊고 검은 눈 같아서 그 눈빛 비루하지 않고 너무도 당당해서 순간 삼 층 높이까지 진흙을 물고 와 이토록 단단한 집을 지은 것이나 어찌어찌 우리 식구들 이 집 장만하여 모여 살기까지 가상한 노력들이 교차해 떠오르는 것이다 슬그머니 망치 든 손을 내린다 세력이 미미해 보이는 바다 갓난아이 주먹만 한 작은 집이라 내 침실 침범해 들여다보고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야 창 하나 사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