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외 2편 이영춘 이렇게 적막이 내리는 날이었다 할머니 우리 집에 와 증손자 봐 주시고 귀향하시던 날 눈길에 버스가 굴렀다 그 길로 몸져누우신 할머니, 끙, 힘찬 거동 한 번 못하시고 그 길로 떠나셨다 임종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뵈었던 그 얼굴, 수업해야 한다며 급하게 뒤돌아섰던 시간 속에서 다시 올게, 하고 내달았던 그 문지방 문턱에서 나는 평생 그 문턱에 걸려 휘청거리고 있다 입속에 동전 세 닢 노잣돈으로 삼키고 가셨다는 그 임종이 내 창자에 걸린 듯 동전은 수시로 내 목구멍에서 울컥-울컥- 숨이 멎는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할머니의 그림자 등 뒤에서 그 문지방 다시 넘지 못한 거울 뒤편에서 나는 오늘도 털 많은 짐승으로 운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