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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정숙자    나비가 다시 알을 낳는다는 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요. 나비가 되기까지는 기지 않으면 안 될 단애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날개는 아마도 눈물의 흔적일 것입니다. ···왜 꼭 애벌레 속에 숨겨진 것일ᄁᆞ요. 신의 선물인 새 옷을 펴보기도 전에 부리에 먹혀버린 여한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 수자령 나비들이 저에게는 가장 안 잊히는 ᄂᆞ비입니다. (1991. 1. 3.)                       거실 한가득 햇빛이 쏟아집니다. 난리라도 난 듯 구석구석 스며듭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자신에게 말 건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빛 조금만 써도 세를 내야만 ᄒᆞ죠. 꼼짝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태양의 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음입니다.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정숙자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정숙자    나비가 다시 알을 낳는다는 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요. 나비가 되기까지는 기지 않으면 안 될 단애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날개는 아마도 눈물의 흔적일 것입니다. ···왜 꼭 애벌레 속에 숨겨진 것일ᄁᆞ요. 신의 선물인 새 옷을 펴보기도 전에 부리에 먹혀버린 여한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 수자령 나비들이 저에게는 가장 안 잊히는 ᄂᆞ비입니다. (1991. 1. 3.)                        거실 한가득 햇빛이 쏟아집니다. 난리라도 난 듯 구석구석 스며듭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자신에게 말 건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빛 조금만 써도 세를 내야만 ᄒᆞ죠. 꼼짝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태양의 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음입니다.  ..

윤개나무/ 김영자

윤개나무      김영자    꽃숭어리 숭어리 휘어진 나무는  온몸이 꽃이어서 슬퍼 보였어요   간밤 내내 울부짖던 바람소리와  구름처럼 피어오른 꽃의 무게와  깡마른 몸을 휘어 감고 핀  꽃무더기의 가뿐 숨소리 때문   어머니 허리처럼 휘어진  낯선 나무의 안부가 밤 내 궁금했어요   어둠속 폭풍우에 쓰러졌거나 꺾였을  움푹 파인 앙상한 뼈마디로  절박한 무서움 이겨내고   한 움큼 새벽빛을 들고 있다니요  보랏빛 꽃술을 어깨에 걸고 반짝이다니요   보랏빛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몸을 만지듯  나무허리 자꾸만 쓰다듬어 뜨거워지는데  안개나무의 허리가 흔들려요  내 발자국 소리 알아차리고 꿈꾸기 시작해요    -전문(P. 32)   -----------------------  * 『문학 사학 철학』 2024..

카테고리 없음 2024.10.13

복 비가 내리고 있네요/ 태동철

복 비가 내리고 있네요     태동철    자연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절대 평등하다지요  자연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서가 없다지요  인간, 우리네 삶이 자연이라네요   우리네 삶은 그릇 따라 다르다지요  항아리 옹기, 사발, 종기, 접시  복 비는 그릇 따라 담긴다지요   아 차, 저 항아리 엎어졌네요  에 그, 저 사발 깨졌네요  어 쩜, 저 종기 쓰러지고 있네요  복 비는 옹기에만 찰랑찰랑 넘실대네요   복 비에 목마른 사람은  이노모리 가이츠* 선생님께  여쭈어 보시구려.     -전문(p. 24-25)    * 이노모리 가이츠 : "카르마 경영" 저자이며 경영자    -----------------------  * 『문학 사학 철학』 2024-가을(78)호 에서  * 태동철/ 경기 인천 출생, ..

그들의 묘지에서(전문)/ 김미옥

그들의 묘지에서      김미옥/ 문예비평가    작년 만주  여행길에 윤동주의 묘지를 찾는 일정이 있었다. 그난 나는 무슨 일로 일행을 놓치고 혼자 걸어야 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눈보라로 길을 잃어버렸다. 바람이 울음소리를 냈는데 장년의 남자들이 내는 곡소리였다. 다행히 나를 찾으러 온 일행이 있어 나는 무사히 그의 묘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찾았던 것은 바로 옆 송몽규의 묘였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중국 길림성의 명동촌에서 같은 해 한 집에서 태어나 같이 자랐다.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죄목으로 재판을 받아 같은 감옥에서 19일 간격으로 옥사했다. 문익환의 『윤동주 평전』에 의하면 동주는 몽규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활달했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이 있..

에세이 한 편 2024.10.12

이성혁_시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찾아서(발췌)/ 초록물고기 : 이승희

초록물고기      이승희    연못가 버드나무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몇 마리의 물고기가 툭 툭 놓여났다  공중을 물들이며 스르륵 잠기는 물고기   나는 그것을 하루 종일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버드나무처럼 웃는데  공중으로도  물속으로도  잘 잠겨들었다  공중과 물속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버드나무는  물속에 잠긴 발등을 오래 바라보며  고요하다  이게 버드나무의 마음이라면   연못 속에도  나뭇잎에서도  물고기들이 태어나고 자란다   어느 저녁  나도 툭 놓여나겠지  밤이 연못 속으로 고이고  물속은 한없이 깊어지고  나를 데려다준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전문, 『맥』 2023년 겨울호   ▶사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찾아서(발췌)_이성혁/ 문학..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조약돌들이 자수정이나 진주처럼 빛납니다. 축젯날 색종이인 양 나비들이 반짝입니다. 바람이 꿈꾸는지 이따금 풀잎이 흔들립니다. 이 공간에서는 노래 없이도 행복합니다. 저에게 노래란 외로움과 슬픔 달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었음을, ᄀᆞ까스로 깨닫습니다. (1990. 12. 29.)                 불과 30여 년 사이로  저 詩-냇물 흘러가 버리고 말았군요  저곳이 바로 전생이었군요   저 별을 찾아 길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히 혼자 열어가면 됩니다   보세요, 조약돌도 나비도  풀잎도 그때 그대로 이따금 흔들립니다   수평적 침묵  수직적 침묵  유영했던 침묵들을   이제 하ᄂᆞ하ᄂᆞ 새롭게 이해하며  돌의 도약에 대해  풀잎의 중첩에 대..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조약돌들이 자수정이나 진주처럼 빛납니다. 축젯날 색종이인 양 나비들이 반짝입니다. 바람이 꿈꾸는지 이따금 풀잎이 흔들립니다. 이 공간에서는 노래 없이도 행복합니다. 저에게 노래란 외로움과 슬픔 달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었음을, ᄀᆞ까스로 깨닫습니다. (1990. 12. 29.)                 불과 30여 년 사이로  저 詩-냇물 흘러가 버리고 말았군요  저곳이 바로 전생이었군요   저 별을 찾아 길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히 혼자 열어가면 됩니다   보세요, 조약돌도 나비도  풀잎도 그때 그대로 이따금 흔들립니다   수평적 침묵  수직적 침묵  유영했던 침묵들을   이제 하ᄂᆞ하ᄂᆞ 새롭게 이해하며  돌의 도약에 대해  풀잎의 중첩에 대..

박선옥_미켈란젤로 유년의 길과 함께(발췌)/ 자작시 : 미켈란젤로

자작시     미켈란젤로(1475-1564, 89세)    잉크와 펜은 다를 게 없지만  잘된 시도 나오고 모자란 시도 나오며  그저 그런 시도 있다네  만약 대리석이 고귀하거나 천박한 형태가 있다면  그건 순전히 망치를 든 사람 탓일세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도 소용없다네  다만 대리석이 제 몸을 드러내야 하지  대리석이 일러 주는 대로 그 마음을 읽고  조각가는 손을 놀려서 빚어낼 따름이라네       -전문-   ▶미켈란젤로 유년의 길과 함께(발췌) _박선옥/ 시인  노벨라를 떠나기 직전까지도 제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피렌체인의 뇌리에서 페테라르카, 단테, 보카치오 이들의 시에 대한 사랑은 떨칠 수 없는 취미였을까. 시는 르네상스 톱니바퀴의 한 축처럼 함께 했다. 인류의 한 시대를 관통하게 해 ..

외국시 2024.10.11

예술가의 서재_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영산(작가, 몽골여행전문기획자)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부분)        이영산/ 작가 · 몽골여행전문기획자      마르코 폴로가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몽골의 역참 덕택이었는데, 그는 당시의 역참과 우편국의 모습을 이렇게 서술한다.  "황제의 사신이 왕도에서 어디로 가든 25~40마일마다 역驛과 우편국이 있고, 역마다 사신이 묵고 갈 크고 아름다운 게르가 있다. 그 역참들을 거쳐서 10일 안에 100마일 거리 떨어진 곳에서 소식이 전해져 온다."  백일 거리의 곳에서 십일 만에 소식이 온다는 것은 유럽인들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역참간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몽골인들은 잘 알았고, 특히 말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공문서를 보낼 때는 봉투 위에 특별한 표시를 하곤 했는데, 그 표시가 우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