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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외 1편/ 이주송

낮달 외 1편      이주송    저 방패연 누가 띄워 놓았나  바람 좋은 풀밭이 아닌  일월 강가 하늘에 콕, 하고  박혀 있다   방패연은 수면을 치고 날아올랐으리라  새들의 날갯짓을 흉내 내며  제 몸에 이어진 얼레를   능숙히 돌리는 작은 손을 생각했으리라   툭, 하고 끊어질 듯한데  저 방패연 곤두치지 않는다  구멍 난 심장에 들인 바람만 흘려 보낸다   그저 흔들리고 있는 것인데  나는 왜 멈췄다고 느낀 것일까   어머니는 세상 사는 일은  저 방패연을 날리는 것이라고,  그렇게 인연을  감고 풀어 가는 거라고 하였는데   얼레를 돌리는 아이는 지금  태양 반대편에 서 있을까  당당히 동쪽 하늘과 맞서고 있을까?   실빛 하나로 당신과 나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방패연은 가만히 있는데  층..

식물성 피/ 이주송

식물성 피      이주송    버려진 차의 기름통에선  몇 리터의 은하수가 똑똑 새어 나왔다  빗물 고인 웅덩이로 흘러 들어가  한낮의 오로라를 풀어 놓았다  그러는 사이 플라타너스 잎들이  노후된 보닛을 대신하려는 듯  너푼너푼 떨어져 덮어 주었다  칡넝쿨은 바퀴를 바닥에 단단히 얽어매고  튼실한 혈관으로 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햇빛과 바람, 풀벌레와 별빛이 수시로  깨진 차창으로 드나들었다  고라니가 덤불을 헤쳐 놓으면   그 안에서 꽃의 시동이 부드럽게 걸렸다  저 차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식물성 공업사에 수리를 맡긴 것이다  그래서 소음과 매연과 과속으로 탁해진  그동안의 피를 은밀히 채혈하고  자연수리법으로 고치는 중이다  풀잎 머금은 이슬로 투석마저 끝마치면  아주 느린 속도로 뿌리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