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8/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4. 8. 22. 02:09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8

 

     정숙자 

 

 

  눈보라의 예보에 지하를 개척합니다. 내려가면 갈수록 어두운 세계에서 발가락에 힘을 줍니다. 모세혈관에 고독이 번집니다. 나무는 감중련하고 고독을 어루만집니다. 고독에 익숙해질 무렵 고요ᄀᆞ 찾아옵니다. 고요와 함께 빚은 잎과 꽃을 지상으로 올려보냅니다. 때마침 보슬비가 흙의 문을 열어줍니다. 대지를 빛낼 갖가지 색종이가 길 아래 가득합니다. (1990. 12. 2.)

 

           

 

 

사흘만 괴로워하자

무슨/어떤 일이든

사흘만 죽을 듯이 괴로워하자

 

아파하자 생각하자 묻어두자

아주/영영 잊지는 말고

일어서자 천천히 신중히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일어서자

 

죽음이 지워주는 순간까지

지치지 말자

견딜 수 있는, 겪어낼 수 있는 초자아

, 한 그루 나무로 믿고 최후의 좌우로 삼자

 

오늘은 그 사흘 중 이틀째

내일까지만 속으로 울자

 

얼굴 안쪽의 나

뼈 마디마디 헐거운 나여

ᄄᆞᆨ 사흘만 전심전력 괴로워하자

   -전문(p.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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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경계』 2024-여름(61) <신작시>에서

  *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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