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도토리진법/ 신명옥

검지 정숙자 2024. 2. 5. 01:55

 

    도토리진법

 

    신명옥

 

 

  흘리는 순간 발은 공원 숲으로 들어가고 눈은 바닥을 더듬는다

 

  숲에 깔리는 진형, 굽신거리며 하나씩 부수어야 벗어난다

 

  갈색으로 빛나는 결정체, 높은 곳에서 떨어진 구슬, 암호가 적힌 쪽지

 

  이 포진은 간격이 일정치 않다, 정해진 노선이 없다, 몰입해야 보인다

 

  경단으로 탑을 쌓는 동안 환해지는 눈빛, 올라가는 입꼬리, 넉넉해진 호흡으로

 

  동그라미와 노는 아이, 탄성으로 차오르는 풍선, 회복되는 별자리

 

  나무가 보고 있을까, 제 분신들과 무아경에 든 다람쥐

      -전문(P.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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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8집 『시 터』 2023. 11. 30.  <지혜> 펴냄

  * 신명옥/ 2006『현대시』로 등단, 시집『해저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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