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
윤경재
넉넉,
입안에서 '넉넉'하고 입천장소리 내보니
혀끝이 하늘을 두드리는 것 같아
머리에서 발끝까지 울림이 생긴다
아무 일 없어도 왠지 푸근하다
내 곁에
당신만 보였을 때 난 참 넉넉했는데
당신과 나 사이에
이것저것 채워 넣으니 도리어 빈곤하다
소금물을 들이켠 듯 목이 마르다
넉넉
소리만큼 참 쉬운 길이었는데
시선을 맞추며 나란히 걸으면 됐는데
짧은 가을 같은 소리, 넉넉
말을 잊은 뒤에
눈물처럼 그렁그렁
핑 돌아 알아챈다
-전문(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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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8집 『시 터』 2023. 11. 30. <지혜> 펴냄
* 윤경재/ 2007년『만다라 문학』으로 & 2008년『문예사조』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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