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구둔역에서/ 신원철

검지 정숙자 2024. 2. 5. 15:41

 

    구둔역에서

 

     신원철

 

 

  강릉에서 서울로 이어지던 옛길 관동대로 위

  중앙선 철로에 연결되었다 버림받은 역

  동강 난 레일은 완전히 끊어졌지만

  한때의 영광 낡은 지붕에 오롯이 이고

  역사건물 그대로 남아

  화사한 사월 햇살마저 밖에 두고

  안이 좋아서 서성거린다

  러시아대륙 아득히 눈 내리는 철도의 홀로 역사나

  개척기 미국 서부의 황량하고 외로운 철길이 잠깐 생각나지만

  사용 중이면 저렇게 푸를 수 있겠나?

  일부러 내가 여기를 오겠나?

  열차 대신 사람들 동강 난 철길을 좋이 걸어다니고

  들러 커피도 마시네

  바람이 만들어낸

  한적하고 썰렁한 아름다움 속

      -전문(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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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8집 『시 터』 2023. 11. 30.  <지혜> 펴냄

  * 신원철/ 2003『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나무의 손끝』『노천탁자의 기억』 『닥터 존슨』『동양하숙』『세상을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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