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소녀 1/ 이시카와 이쓰코(石川逸子) : 한성례 옮김

검지 정숙자 2021. 1. 27. 21:28

 

    소녀 1

 

    이시카와 이쓰코石川逸子/ 한성례 옮김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 세 명이

  쓸쓸하게 미소 지으며 강가에 서 있다

 

  고향 생각을 감추고

  '끌려오기 전날 가족과 함께 본 살구꽃'

 

  순진하고 앳되어 보이는 소녀들

  사모했던 사람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소중한 자신을

  '천황의 군대'라는 이름 아래 매일 밤 짓밟힌 너희들

 

  전쟁이 끝났을 때

  무사히 도망쳤을까

  그러나 선뜻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망설였을 너희들

  이제 나이 든 그녀들은 어디에서 떠돌고 있을까.

 

  한 병사의 배낭에 담겨 온 사진 한 장

  어느 날의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세 명

     -전문-

 

 

   일본군 성노예의 고통을 세상에 알린 이시카와 이쓰코石川逸子시인(발췌)_ 한성례/ 시인 

   1991년은 김학순 할머니가 한국과 세계를 향해 처음으로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해였다. 일본 정부가 전쟁 책임이나 죄악을 사과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시카와 시인은 글 쓰는 자의 양심으로써, 가해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군 성노예 여성들의 교통과 슬픔을 대변해 주었던 것이다.

  일본 극우 세력들은 최근에도 독일 베를린 미테 구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 공작에 열을 올리는 등, 현재의 극우 정권은 여전히 반성도 하지 않을뿐더러 진정으로 사죄할 기미도 없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시카와 시인은 끊임없이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시카와 시인은 그밖에도 제일코리아 문제, 이라크 열화우라늄탄 피해의 고발과 이라크 공격 반대, 유고와 아프간의 전쟁 참상 등이 담긴 시와 글을 써서 세상에 알려왔다.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회원으로서 활동하며, 올바른 세상을 위해 사회참여 문학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p. 시 211/ 론 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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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다층』 2020-겨울(88)호 <해외시단산책> 에서

  * 이시카와 이쓰코石川逸子/ 1960년대부터 사회참여의 시를 씀, 베트남 반전운동 등 여러 전쟁의 반전운동을 펼침, 1982년부터 29년간 미니통신 계간 『히로시마 나가사키를 생각한다』 100호 발행, 1986년 시집 『지도리가후치에 가보셨습니까』('지큐地球'상 수상), 『어린이와 전쟁』『히로시마를 위해 이어지는 기도』, 산문집 『히로시마에 나이는 없다』『교사들의 우울』

  * 한성례/ 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웃는 꽃』,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 인문서『일본의 고대 국가 형성과 만요수』등. '허난설헌문학상', 일본 '시토소조 문학상' 수상, 소설 『달에 울다』 『구멍』 『오래된 우물』, 에세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인문서 『시오노 나나미의 리더 이야기』 등 한국과 일본에서 200여 권 번역,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