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캔토 1(詩篇 1)'_(전문)/ 에즈라 파운드

검지 정숙자 2021. 3. 5. 17:34

 

    캔토 1(詩篇 1)'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1885-1972, 87세)

 

 

  그리고 나서 배로 내려가

  부서지는 파도 위에 배를 띄우고

  성스러운 바다를 향해

  우린 검고 더러운 그 배에

  돛을 올렸네.

  羊들도 싣고 눈물로 무거워진

  우리의 몸도 실어

  船尾로부터의 바람에

  팽팽히 부푼 돛폭을 달고

  우린 앞으로 실려 나갔네.

  이 배는

  아름답게 머리를 땋아 내린 女神

  서어시의 배.

  우리는 배 가운데에 가만히 앉아

  이렇듯 펼쳐진 돛을 달고

  그날이 다 가도록 바다를 건넜네.

  태양은 잠들고 어둠이 온 바다를 덮을 때

  우리는 深海의 한가운데

  킴멜 사람들의 나라에 이르렀네.

  사람이 가득한 도시들은

  거미줄처럼 짙게 짜인 안개에 덮여

  반짝이는 햇빛도 닿지 않고

  하늘에서 굽어볼 수도 없이

  흩어진 별들의 모습도 없이

  검고 깊은 暗夜만이 그곳의

  비참한 사람들을 휩싸고 있었네.

  大洋은 거꾸로 흘러 우리는

  魔女 서어시가

  예언했던 곳에 도착했네.

  여기에서 페리메데스와 유릴로쿠스는

  祭를 올렸고

  나는 허리에서 短劍을 뽑아

  1큐빗 정방형의 도랑을 파서

  우리 모두 死者를 위해 술을 부었네.

  처음엔 벌꿀주 그리고

  물과 흰 밀가루를 섞은 단 포도주를

  그리고 나서

  병든 死者의 머리들을 향해

  나는 많은 기도문을 외우고

  이타카에서 서약대로

  제일 좋은 斷種의 황소들을 희생물로

  바치기 위해

  寶貨로 더미를 쌓아 올렸네.

  양 한 마리는 특별히 티레시어스를 위한 것.

  검은 색의 방울 달린 양

  검붉은 피가 도랑에 흐르자

  에레버스로부터 무수히 많은

  혼령들이 나타났네. 창백한 시체들.

  新婦, 젊은이들의 영혼

  매장된 지 오래된 노인들의 영혼

  슬픔의 눈물자국이 아직 얼룩진

  상냥한 소녀들의 혼백

  청동의 창끝에 찔려 戰場에 쓰러진 채

  그대로 무시무시한 무장을 하고 있는

  무수한 사내들의 혼백

  이 많은 혼들이 아우성치며

  내 주위에 몰려들어

  더 많은 희생을 바치라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네.

  새파랗게 질려

  나는 가축의 무리를 도살하고

  청동의 검으로 앙떼를 죽여

  기름을 땅에 부으면서

  神들을 향해 울부짖었네.

  冥府의 위대한 플루토 왕을 부르고

  프로서피네 여왕을 찬양했네.

  예리한 칼을 뽑아들고 앉아

  성급하고 무력한 死者들을 물리치며

  티레시어스의 음성이 들릴 때까지  

  그러나 먼저 온 것은 엘페놀

  묻히지도 못하고 광야에 던져진

  우리의 친구 엘페놀

  다른 일에 바빠 통곡할 여유도 없이

  무덤에 감싸지도 못한 시신을

  우린 서어시 宮에 두고 왔던 것.

  가련한 영혼, 난 황급히 소리쳤네.

  "엘페놀이여, 그대는 어떻게 이 어두운 해변에

  걸어서 우릴 앞질러 왔는가?"

  그러자 그는 침통하게 말했네.

  "불길한 운명과 풍성한 포도주.

  저는 서어시의 벽난로 속에서 잤나이다.

  조심 없이 긴 사다리를 내려가다 떨어져

  벽에 부딪혀 목이 부러지자

  영혼은 지하의

  아버너스를 찾아갔나이다.

  허나 오 왕이시여, 폐하는

  통곡도 매장도 못한

  저를 기억해 주소서.

  '살아서 불운했으나 來世에는 이름을

  남길 자'라고

  그리고 벗들과 함께 저었던

  제 노를 그 위에 세워 주소서."

  그 다음엔 안티클레아가 왔는데 내가

  쫓아버렸고 다음에

  테베 사람 티레시어스가 금빛 지팡이를

  쥐고 와 나를 알아보고 먼저 말했지.

  "왜 두 번째 오는 거요? 불운한 분이여,

  어째서 어두운 死者와 

  이 쓸쓸한 나라에 대항하려는 거요?

  도랑에서 비켜나시오.

  예언의 힘을 갖도록 내게

  피를 마시게 해 주시오."

  그래서 나는 물러섰고

  피를 마셔 힘을 얻은 그는 말했네.

  "오디슈즈여 그대는

  어두운 대양을 건너

  원한 깊은 海神의 나라를 지나 돌아가던 중

  일행을 모두 잃게 되리라."

  그러자 안티클레아가 나타났네.

  편히 잠들라 디부스여

  1538년에 웨켈리의 연구회에서

  호머를 번역했던 안드레아스 디부스  

  그리고 그는 항해를 계속했네.

  유혹의 마녀들을 지나 더 멀리 있는

  서어시에 이르기까지 존경할 만한

  크레타 사람들의 표현을 빌면

  金冠의 존경할 만한 아프로디테

  놋쇠로 장식되어

  사이프러스 섬의 수호신으로

  점지되어 태어난 女神이여, 황금빛

  거들과 가슴띠를 한 옷을 입고

  눈시울이 검은 그대는

  아르기시다의 황금가지를 지니고 있네.

     -전문-

 

  1 이 시는 세기적 걸작이며 파운드의 대표작인 The Cantos 첫판으로 1917년에 처음 발표한 3편 중의 하나다. The Cantos는 일종의 사회비판, 문명비판을 시도한 장편 서사시로 120여 편을 썼다고 하나 확실히 밝혀진 것은 109편뿐이다. 파운드 자신은 이 연작시의 구성을 바하의 遁走曲에 비견한 바 있다. 플롯이나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두 가지 테마에 치중했는데, 그 하나는 호머의 작품에 나오는 冥府며, 다른 하나는 Ovid에 나오는 Metamorphosis다. 이러한 테마 속에서 파운드 특유의 수법으로 현대의 인물, 혹은 역사적 인물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Cantos 1은 Odyssey 11권 死者의 章에서 옮겨온 것으로 파운드는 이 시의 끝부분에 Odyssey를 라틴어로 번역했던 Andresseus Divus의 이야기를 갑자기 집어넣고 있다.

  (내용) 방랑 도중 마녀 Circe의 섬에 들른 Odysseus는 마법의 술을 먹어 돼지로 변한 부하들을 구출하여 이곳에 거주한다. 예언자 Tiresias의 권고로 死者의 나라인 冥府로 출범한 Odysseus는 도착하자 검은 양을 희생물로 제를 지내는데 도랑에 흐른 그 피를 마시고 망령들이 의식을 회복하여 예언자 Tiresias의 망령은 그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예언한다. Anticlea(Odysseus의 모친)의 망령이 나타나는 데까지 그려지는데 그 뒤는 엉뚱한 Divus가 나온다.

 

  * perimedes와 Eurylochus는 Odysseus의 부하들

  * Ithaca는 저승에 가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지하의 어두운 장소의 이름

  * Tiresias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예언자

  * Neptune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그리스신화의 Poseidon과 같다.

  * Argicida는 헤르메스 또는 머큐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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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0-겨울(82)호 <집중 재조명/ 1999년 시현실 통권 2호 재수록> 에서

   * 본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