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묘소에서
윤명규
초입의 말라비틀어진 고샅길
가파르게 구불텅거리고
시퍼렇게 날을 세운 억새들만
봉분 위로 쟁쟁했다
고개 숙인 엉겅퀴들
주홍 글씨로 속절없이 피어나
여기저기 숙명처럼 널브러져 있는가
따뤄 올린 술잔 속에
그의 아린 춤 그림자가
덩실덩실 흐느끼고 있다
첩첩으로 쌓인 세월의 더께
독침 세운 저 엉겅퀴는
언제 자기꽃 피워낼까
장수강 물바람이
상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동천冬天을 읊조린다
-전문(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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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신작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윤명규/ 202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허물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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