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3
김차영
늦깎이 시인이 되어
비애 가득한 모난 돌의 상처를
언어로 씻어 광을 내자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애주가인 친구에게 책을 건네자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우리 친구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동네방네 술을 쏟아낸다
열이 뻗치면 친구들 사이에서
육두문자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의 친구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술로 퍼부어댄다
자기 술처럼 술술술 퍼붓는 친구가
참, 훌륭한 사람이네
-전문(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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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신작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김차영/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미이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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