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파도의 걸음/ 김충래

검지 정숙자 2024. 4. 16. 16:16

 

    파도의 걸음

 

     김충래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걷다 보면 깨알 같은 글자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모래사장에 닿는다

  가볍게 흰 등짐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다시 일어서서 모래 속을 걷는다

  떨림으로 자지러지기도 하도

  가늘게 우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때때로 만나는 썩은 웅덩이

  발이 흐느낀다

 

  파고와 싸우며 무작정 걸어온 생

  멀리 갈수록 가까이 있는 듯

  아리송한데 뒤돌아보아도

  발자국은 없다

    -전문(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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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테마시: 바다>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미네르바문학회 & 군산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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