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대패를 밀며/ 문화빈

검지 정숙자 2024. 4. 18. 02:04

 

    대패를 밀며

 

     문화빈

 

 

  나는 아버지 염전이 내키지 않는다

  바닷물을 가두면 나 자신도 갇혀야 한다

 

  비옥한 햇볕은 질기다

 

  촘촘한 햇볕의 눈치를 살피다가

  장악되고, 과잉되다, 쓰러진다

  그러다 바다를 방치하고,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건 무기력한 정차역

 

  들이닥치는 뙤약볕

  상큼을 모르는 땀방울

 

  나는 대패를 밀며 휘적휘적 걸었다

  퀴퀴 묵은 생이 발효될 때까지

 

  길은 점점 잔인해지고 있었다

      -전문(p. 63)

 ---------------

*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테마시: 바다>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문화빈/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파이(π) 3.141592...

'사화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시계/ 이서란  (0) 2024.04.19
미당 묘소에서/ 윤명규  (0) 2024.04.19
무심(無心)/ 나채형  (0) 2024.04.18
파도의 걸음/ 김충래  (0) 2024.04.16
버려진 닻/ 김차영  (0)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