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를 밀며
문화빈
나는 아버지 염전이 내키지 않는다
바닷물을 가두면 나 자신도 갇혀야 한다
비옥한 햇볕은 질기다
촘촘한 햇볕의 눈치를 살피다가
장악되고, 과잉되다, 쓰러진다
그러다 바다를 방치하고,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건 무기력한 정차역
들이닥치는 뙤약볕
상큼을 모르는 땀방울
나는 대패를 밀며 휘적휘적 걸었다
퀴퀴 묵은 생이 발효될 때까지
길은 점점 잔인해지고 있었다
-전문(p.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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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테마시: 바다>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문화빈/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파이(π) 3.14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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