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이동 차원 이동 정숙자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지하철 9호선을 타려면 깊숙이 내 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걸 타고 1/3쯤 하강 중이었다. 그때, 저 아래에서 계 단을 밟고 올라오는 사나이가 보였다. 저벅저벅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계단은 유유히 내려가..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9.04
극지 行 극지 行 정숙자 한층 더 고독해 진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 훌쩍 자라 오른 나무는 그 우듬지가 신조차 사뭇 쓸쓸한 허공에 걸린다 산 채로 선 채로, 홀로 그러나 결국 그이는 한층 더 짙 푸른 화석이 된다 ------------- *『계간 파란』 2018. 봄-여름호 ------------- *《문화일보》2018. 11.7. 38면. 1..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9.04
이슬 프로젝트-36 이슬 프로젝트-36 정숙자 비탈은 행인을 시험한다// 만일 어떤 소년이 천천히- 치밀히- 열심 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 거기, 뿌리를 내린다면 그건 소년의 정신이 아니라 비탈의 목표로 보아야 한다 비탈은 바람과 안개를 품고 누군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자, 여기 살아보아라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6.17
진무한 진무한 정숙자 거기) 잠기지 않으면 자갈이 보이지 않는다 물결도 지느러미 띄워주지 않는다 한 달, 일주일, 하루는 고사하고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거) 마주하지 않으면 미완/미답의 컬러 찾을 수 없다 우선, 많은 나무토막을 깎는다 단단히 마음먹은 뒤 울타리를 친다 팻말도 건다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6.16
이슬 프로젝트-37 이슬 프로젝트-37 정숙자 죽음의 혁명// 네델란드 장례엑스포에 자살기계가 전시되었다고 한다. 발명가는 “호주의 안락사 활동가인 필립 니슈케 박사와 네덜란드의 알렉산더 바닝크 디자이너가 3D 프린터로 만든 ‘사르코’라 불리는 이 자살기계는 버튼만 누르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6.05
문장과 광장 문장과 광장 정숙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왜 하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짚었을까 뒤틀린 거기서부터 다른 질서가 들썩거린다 정면충돌 빅뱅(-_-) 회고하는 과학자들/ 철학자들/ 시인들 확산되는 암흑/ 파편적 언어/ 면면을 낚는, 빛과 아우라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6.03
이슬 프로젝트-38 이슬 프로젝트-38 정숙자 신과 벌// 바람 사이 걸어다닌다. 몸보다 멀리 뜻으로 살아 숨 쉰다. 사랑과 손톱까지도 엄연히 존재한다. 심장과 눈과 귀와 깃, 온전히… 우리 곁에. 꿀벌은 늘 빼앗기지만 정신만은 그에게 남는다. 꿀벌 외에 어떤 종도 그를 대체하지 못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5.26
멜랑꼴릭 메두사 멜랑꼴릭 메두사 정숙자 메두사는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진 부처만큼이나 많은 머리를 가졌지만, 허억~ 천수천안. 그 부처가 부러울 따름이다 머리는 하나만으로도 수천수만의 현안을 끌 수 있으나 정작 행동력은 손이 아닌가 무슨 소용이랴. 손이 한 벌이라 황금의 시간들도 한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5.25
이슬 프로젝트-35 이슬 프로젝트-35 정숙자 천재 이상// 그는 21세기를 먼저 살고 갔다가, 20세기에 다시 한 번 살고 간 사람이라고밖에 달리 이해할 도리가 없다. 「1931년(작품제1번)」 “나의폐가맹장염을앓다” 겨우 스물한 살에… 그 시대에… 뭔가 좀 일찍 보았다 해도 그걸 좀 일찍 맛봤다 쳐도 “이렇..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5.13
악무한 악무한 정숙자 웃는다 안 웃는다 화낸다 화내지 않는다 수뇌부에서 결정/ 지시한다 그들의 얼굴은 이제 바다가 아니다. 날씨가 아니고 밤낮이 아니 다. 미소를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글썽거리는 눈썹 밑 눈동 자쯤의 자료로서는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은 매력적이고 마력적..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