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서(書) 피어, 書 정숙자 소나무 대나무 그리고 또 엄나무 그렇게 심어야겠네 홀로이 헤테로토피아에 머 물 러 외로이 외로이 그리고 또 서늘히 피 語 …… ---------------- *『시사사』2019. 3-4월호 <시사사 포커스>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4.18
엑스영역 엑스영역 정숙자 그 곳은 분명 내 영역이지만 나 자신이 모르는 구역이다 뇌 촬영, IQ 검사라면 뭔가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또한 과학적 가시권의 현상과 한계일 뿐 그러나 진정 X-영역은 내 행위 일체를 리드/수호하는 요새로서 깊이와 너비, 해수면까지도 존재할 것이다. 거기 보이지 않..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4.17
얼음 파이(π) 얼음 π 정숙자 0℃는 미풍에 섞인다. 먼 데서 일어선 그 바람은 살얼음을 품는다. 수면의 가장자리부터 건드린다. 한 겹, 한 겹씩 발목 잡히는 물결. 중심까지 굳히는 데는 한 계절을 몽땅 걸어야 한다. 지나온 봄여름을, 여름가을을 다 게워야 하지. 겨울도 초입에서는 아니 얼고 한복판..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4.16
사유-재산 사유-재산 정숙자 있(었)다 나에게도 근근이 쌓아올린 얼음-산 별조차 굳어버린 빙벽 아래 오로지 무릎에 충실했다 하늘 쪽으로, 하늘 속으로 추락을 거듭한 빙-산, 그것은 능히 자산이 될 만했다. 사유의 산/사유의 재산이 될 만했다. 세계가 아닌 내 신체-내 지형이 될 만했다. 분출되지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3.23
줌인 갈라파고스 줌인 갈라파고스 정숙자 건져 먹을 뿐 아니라 파먹기도 한다 먹히지 않기 위해 파, 는 매운 맛으로 진화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씀바귀도 달콤한 걸 민어民魚 역시 먹힐까 봐 촘촘 가시로 무장했으나 그래도 먹는다 인간은 발라먹다와 파먹는다는 결국 같은 패 나는 너로부터 시시각각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2.04
푸름 곁 푸름 곁 정숙자 어떻게 해야 늘 그들이 될 수 있을까 바람 지나갈 때 침묵을 섞어 보낼 수 있을까 마음 걸림 들키지 않고 조용히 몇 잎 흔들며 서 있을 수 있을까 바위 햇살 개미 멧새들… 사이 천천히, 느긋이 타오를 수 있을까 베이더라도 고요히 수평으로 쓰러질 수 있을까 구름 속으로..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1.11
일차 초상화 일차 초상화 정숙자 죽음은 생애를 새롭게 한다 돌아보게 하고 고쳐보게 하고 멈추어 바라보게 한다 그의 용모, 그의 말씨, 그의 사상 등 방치했던 구석까지를 뜯어보게 한다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의 실제는 그의 사후 세계에서가 아니라 그의 무덤 밖 타인 안에서 이루어진다 사자..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9.01.10
이슬 프로젝트-44 이슬 프로젝트-44 정숙자 그렇다 하더라도// 석기시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요즘 부쩍 공상이 많아졌다 예전에 끓이던 '왜?' 때문이 아니다 내다보지 않아도 자라는 길 언제라도 의젓한 돌 두꺼비 사회와 삶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이 엮인 것도 아니다 눈썹 밑 천둥번개도 품지 않았으면..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12.17
급류 급류 정숙자 일단 숨기고 태어난다 빽빽한, 이빨, 그리고 그 이빨들은 모든 칼-날 속에 숨어있다 칼집 속의 칼과 칼집 없는 칼 붉고 푸른 각종 칼들은 흐핫, 명명되기 이전에 벌써 위치와 용도가 구획된다 장인은 예정-결정한다 떼끼칼 식칼 막칼 등 수많은 길, 구상-배치한다 너는 어떤 칼..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12.17
이슬 프로젝트-42 이슬 프로젝트-42 정숙자 나는 석기시대에서// 왔다. (남은) 음식 버릴 순 없다. 껍질까지도 세세히 손질한다. 먹는다. 맛은 상관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으면 고마웠다. 그 때! (낡은) 옷도 버릴 순 없다. 기워 입고 헹궈 입는다. 멋은 좀 없어도 입을 수 있으면 족하다. 젊을 때는 나도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