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4
삶과 4 정숙자 죽기는 4가 죽었는데 울기는 왜 3이 하느냐 마땅히 4가 죽었으므로 4가 슬프고 울기도 4가 해야 옳지 않은가 거울 앞에 선 4에게 마땅히 나타나야 할 4가 보이지 않으므로 아아 내가 죽었구나, 하고 비로소 울고 싶은데 엉뚱하게도 제 얼굴을 선명히 바라보는 눈으로 왜 3이 우느냐 그렇구나, 제 삶과 제 표정을 잃어버려 제 죽음을 깨달은 '4'가 펑펑, 혹은 소리 없이 친구나 아내 자식에게 의탁해 우는 것이었 구나. 4에게 애정 깊은 3만이 자꾸자꾸 눈물 흘리는 까닭이 바로 그런 내막이었구나. 4가 제 삶과 제 얼굴이 그리울 때마다 똑같은 이유를, 사랑하는 3에게 전달 , 대신 울고야 마는 것이었구나. 양치질하다가 , 거품 헹구다가 거울을 보며 쏟는 울음도 그 거울 속에서 계속 양치 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