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274

굴원/ 정숙자

굴원 정숙자 책상 모서리 가만히 들여다보다 맑은 이름들 떠올려보다 나 또한 더할 수 없이 맑아지는 순간이 오면 눈물 중에서도 가장 맑은 눈물이 돈다 슬픈 눈물 억울한 눈물 육체가 시킨 눈물…이 아닌 깨끗하고 조용한 먼 곳의 눈물 생애에 그런 눈물 몇 번이나 닿을 수 있나 그토록 맑은 눈물 언제 다시 닦을 수 있나 이슬-눈, 새벽에 맺히는 이유 알 것도 같다. 어두운 골짜기 돌아보다가, 드높고 푸른 절벽 지켜보다가 하늘도 그만 깊이깊이 맑아지고 말았던 거 지. 제 안쪽 빗장도 모르는 사이 그 훤한 이슬-들 주르륵 쏟고 말았던 거 지. 매일매일 매일 밤, 그리도 자주 맑아지는 바탕이라 하늘이었나? 어쩌다 한 번 잠잠한 저잣거리 이곳이 아닌… 삼십삼천 사뿐히 질러온 바람. …나 는 아마도 먼- 먼- 어느 산 ..

액땜

액땜 정숙자 죽은 자는 울지 못한다 아니다 죽은 자는 울지 않는다* 실제로는 (이 마당에서) 죽은 자는 산 자이기 때문이다. 좀 더 푸른빛 내뿜어야 할 벙어리이기 때문이다. 몇 곱은 더 실다운 삶을 울어야 할 피리이기 때문이다. 어설픈 목을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접목할 수도 분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언어는 석상의 눈물에 불과하지만 석상의 눈물은 드넓은 깃발 흔드는 팔과 그 깃대 아래 모인 발들의 쾌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뛸 수도 없는-죽은 자들 날 수도 없는-죽은 자들 길 수도 없는-죽은 자들 전철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빈 병, 아무래도 저 병은 무진장 신났나보다. 바다 하늘 들판이 꼭 바다 하늘 들판이어야 할 까닭이 뭐냐 마구 구른다. 킬킬킬킬킬 깨진 얼굴 비친다.난생처음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