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효과(framing effect) 틀 효과(framing effect) - 이웃들 정숙자 공간에 상처를 냈다 실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간은 벽을 세우고 하늘을 덮자 잘라낸 공간으로서의 실내가 나타났다 인간과 인간들의 질서는 그것을 일러 집이라 했다 오로지 실내가 목적이었으나 정작 분만되고 확산된 건 '실내 인간' 이었다. 그리..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3.18
묵학 묵학 -이웃들 정숙자 그는 사각형이야 들고만 있어도 경건해지지 곁에 두고만 봐도 향긋해지지 사러 갈 계획만으로도 그득해지지 소슬한 침묵, 이 산책로는 사각형에 무척 잘 어울리지 충만한 침묵, 이 산책로는 기원전 사각형도 풀어 보이지 대체 불가능한 24시간 늘려 쓰는 길이란 오직..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3.17
화살과 북 화살과 북 -이웃들 정숙자 가슴에 팔다리에 앞길에 정수리에… 그렇다면 육체란 어디선가 누군가 때때로 겨냥하는 과녁이란 말인가 초점, 그것은 육체보다 더 푸른 정신 혹은 파장일 수도 있지 난 가끔 통증을 느꼈어 찢긴 혈류가 육안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며칠이고 잠 못 들고 피 대신 눈물을… 지혈시킨 날들 너머로, 내 두뇌를 관통했던 화살… 촉… 들… 날아드는 소리가 메아리치는군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사람은 그 상처를 움켜쥐고 맨 처음 바라본 이를 사랑하게 된다지? 나는 화살에 뚫릴 때마다 그이를 봤어. 그는 친절했어. 번번이 위안뿐 아니라 황홀에까지도 이르게 했지. 아무리 뾰족한 화살도 긴 화살도 맹독을 바른 화살일지라도, 조용히 빼내주었어 그는 상처를 아물게 하고 조금씩― 조금씩― 면역력도 높여주었지 날..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3.16
이슬 프로젝트-33 이슬 프로젝트-33 정숙자 11월 초// 특히나 요즘, 해질녘 두 시간보다 빨리 달아나는 시간은 없다. 네 시에 산책을 나서도 돌아올 땐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플래시, 가로등, 도로변-상가 불빛 밟으며 남은 챕터 읽고자하지만 중도포기… 하 기… 일쑤. 3, 4, 5 그 햇살 어디로 떴나? 매..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3.14
녹청 녹청 정숙자 눈물은 언제 소리를 떨어뜨렸나 눈물은 어디서부터 소리를 분리시켰나 소리를 배제한 눈물… 그는 진화일까? 그렇다면… 과연 그를 온전한 '울음'이라 할 수 있을까 소리가 소거된 눈물을 일러 '울었다' 한다면 (그건) 어긋난 컷 아닐까? '눈 물이 났다'고까지만 그려야 옳지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3.13
야학 야학 정숙자 비탈에서 여위는 날개가 있네 매 순간 씻긴 그의 눈 지독히도 잔잔하네 깊고도 맑네 그것으로 거친 길 소임을 다 했다 하네 아직도 흰 깃털들 삼가며 입었음을 증명하네 남은 것 그뿐이라네 곳곳으로 날아가고 뿌려진 파, 열, 음… 장차 어디선가 다시 깨어날 수 도, 흔적 없..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3.09
캐릭터 대 캐릭터 캐릭터 대 캐릭터 정숙자 다른 해변에 도착해버리고 만다 하루는 물론 일 년, 1분, 일생까지도 아무리 갈고 닦고 쌓으려 해도 시간은 봉인된 채 제 갈 곳으로만 저벅저 벅 흐른다 운명을 쥔 그 어깨 보고 나서는 출구 없는 광야가 가로놓여도 궁금한 것 조차 없다 성자들 그들이 집필하지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2.16
죄송해요, 하나님 《들소리신문》2018년 신년시 죄송해요, 하나님 정숙자 이렇게도 깨끗한 태양 다시 떴는데 죄송해요, 하나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기도문 외우는 첫 날입니다 손 모으기도 부끄러운 첫 날입니다 시인은 시보다 먼저 마음을 써야 했건만 딴은, 시인이 아닌 그 누구라도 먼저 마음을 다..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8.01.04
거기 (정면으로) 서 있는 자 거기 (정면으로) 서 있는 자 정숙자 도플갱어와 마주치면 죽는다, 는 썰이 횡행한다 하지만 도플갱어를 어디서 만날 수 있나 때론 그를 보고 싶었고 딴은 맞닥뜨릴까봐 무섭기도 했고 또 때로는 그를 만났는데도 내가 (혹은) 서로 못 알아보고 넘어간 건 아닐까,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12.08
제안합니다 제안합니다 정숙자 전쟁/ 6.25전쟁(1950-1953)의 중간 지대인 1952년에 저는 태어났습니 다. 그러므로 몸소 전쟁을 겪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적어도 생후 몇 년은 지나야 인지와 기억력이 움트는 존재니까요. 하지만 ‘전쟁’ 은 늘 전후좌우에 배치되어 간접경험의 층을 두껍게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