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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의 눈물/ 정숙자

[《들소리신문》제1712호 2019년 12월 22일(일) 1면| 성탄 초대시] 1인의 눈물 정숙자 마침내 혼자가 되기 위하여 '들'을 만났었구나. 다시는 혼자가 되지 않기 위햐여 '들'을 건너왔구나. 혼자란 얼마나 오래 익힌 석류알인가. 붉고도 깊은 장소인가. 무수한 숫자 무수히 벗어난 단 하나인가. 그 한 알 깨물다 가는 게 인류의 1인들인가. 천지간 어디에도 기댈 데 없어, 끝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돌멩이 하나, 기억/응집/해체를 표상하는 돌. 그것이 신의 눈물이 아니라고, 생존의 산물이 아니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1인의 밤의 눈물은 천지에 뿌려진 이슬. 검푸른 길에 총총히 서려, 뿌리 끝 하늘만 맺어. 광장의 풀들은 왜 그리 죽는가? 쓰러진 무릎을 왜 다시 켜는가? - 《들소리신문》제..

수(水) - 밀도

水 -밀도 정숙자 물은 물로써 빈틈없는 공기다 새들의 발놀림 물고기의 유영에 따라 흔들리며~ 흔들리며~ 밀려나간다 더 이상 밀릴 곳 없는 가장자리, 그 절벽에 부딪히면 일월 아래 가장 낮은 말 물결이 된다 햇빛 머금은 순간 새파란 별로 솟을지라도 하 세월 거슬러 다시금 물속의 물로 고요해진다 우리가 걷는 사이 말하는 사이 나뭇가지 흔들리는 사이 텅 빔으로 꽉 찬 지상의 공기 또한 그렇게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디론가 끝없이 번질 것이다 몰리고 찢기고 어긋나며 조용~ 조용히~ 허 허 공중에 주름지다가 어느 외계, 떠돌이행성을 찍고 초원의 첫 번째 말 미풍으로 되돌아온다 물결 한 점, 바람 한 그루, 말 한마디 기포 없이 밀리고 겹쳐 전장보다 더한 파장 출렁거리는 생존은 만경창파 일파만파 쥐-잡는 바다, 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