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38
정숙자
신과 벌// 바람 사이 걸어다닌다. 몸보다 멀리 뜻으로 살아 숨 쉰다. 사랑과 손톱까지도 엄연히 존재한다. 심장과 눈과 귀와 깃, 온전히… 우리 곁에.
꿀벌은 늘 빼앗기지만 정신만은 그에게 남는다. 꿀벌 외에 어떤 종도 그를 대체하지 못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솜털 하나 흩트리지 않고… 머물 동안.
고통은 일상이다. 습관> 거기서 풀린다. 숙독> 거기서 얻는다. 탓하지 않음. 혈관 가득 재워주신 맑음 푸름 의지하며 매만지며 고마워하며… 이런 것이.
발가락에 적신호 흥건할 때면 대지의 말이겠거니. 어느 날 문득 초원이 펼치면 바람의 위로이려니. 꿀벌은 저항 안 하고 투정도 버림… 오직 난다.
또 한 번 햇빛 짓눌리는 풋-봄. 이는 각별히 주어지는 '존재 증명이야' 수용한다. 그는 낢의 이유가 꿀이 아니라 꽃들의 수정에 있음을… 왼다.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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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창간호(2018-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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